2020. 4. 14. 02:11ㆍ어느 날
00
음복_강화길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
걔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01
행복의 기준은 누가 결정하는걸까?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부단히 넘기며 생각했다. 비슷한 모양으로 된 다이어리를 비슷하게 꾸미고, 비슷하게 꾸며진 카페를 가고, 비슷한 색상의 오브젯을 구매하고, 비슷한 조명이 켜진 침실에서 잠을 잔다. 보는 게시물은 무수히 많은데 어찌된게 내용은 거기서 거기다. 그래, 인스타그램 자체가 내가 이만큼 잘산다 보여주는 용도다, 그런데 어째 저마다 비슷해서 그런지 부러운 감정이 드는것도 거기서 거긴거다. 고유한 형태라는 게 없었다. 내가 추구하는 삶도 비슷한 모양이겠지?
나는 내가 좋아서 비슷한 형태의 삶을 선택한건지, 남들이 좋다고 해서 선택하게 된건지, 당최 알 수 없었다. 내 행복을 정말 내가 결정한 게 맞나? 그 모양을 내가 제대로 들여다본 게 맞나? 비슷한 삶의 형태를 걸으면, 나는 그정도의 행복밖에 알 수가 없다는 걸 안다. 다른 형태의 삶을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 다른 정도의 행복이 있겠지. 나는 다양한 삶을 찾는다는 핑계로 삶에 평점을 메기고 있다. 이건 이래서 별이 한개고, 저건 저래서 3.5점이야. 나는 별이 다 뭐야, 빵점이지.
02
아빠가 말했다.
" --아, 우리집은 어떤 것 같아? 불행해 보이니? "
내가 대답했다.
" 다 그래, 안 그런 집이 어딨어. 저마다 불행한 점 하나씩은 갖고 있을걸. "
하루는 저녁에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빠가 뒤에서 웅얼거렸다. 우리 집은 가망이 없어. 난 포기했어. 그냥 쟤한테 말 안 걸기로.
아빠는 쟤랑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내가 웅얼댔다. 그냥, 취미나, 좋아하는 게 뭐냐, 이런 거. 근데 쟤는 나만 오면 방에 쏙 들어가 버려.
셀 수 없이 많은 말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건 그냥 조금만 관심 가지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쟤 취미 알면서. 알고도 무시했으면서. 쟤가 싫어하는 것도 뭔지 알면서. 알고도 하고 있으면서. 난 나이 먹으면 말을 좀 줄여야겠다. 아빠가 자꾸 시간을 잊잖아, 나이를 잊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왔잖아. 나는 도와주지 못한다고. 아,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다. 뭐 이런, 내뱉지도 못할 말들.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텔레비전 채널 돌아가는 소리만 들었다. 틱, 틱, 틱.
돌아가는 채널마다 시끄러운 소음이 울렸다. 이미 필사하던 책의 내용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을 씻었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느끼던 이상한 부담감, 중압감이 한순간 밀려들었다.
내가 꼭….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그 찝찝한 책임감.
그리고 그것을 누를 만큼의 좌절감.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그 감정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연실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엄마는 취미가 뭐야, 너는 좋아하는 게 뭐야? 아빠가 물어보래.
엄마는 좋아하는게 뭐야, 너는 취미가 뭐야. 아빠가 물어보라잖아. 궁금하다잖아.
왜 진작에 대화하지 않았어? 왜 그랬어
엄마가 말했다.
"네가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야. 그냥 들어달라고, 푸념한 거야. 이렇게 다 네 일처럼 받아들이면 누가 너한테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어."
내가 말했다.
"엄마, 나 그게 잘 안돼. 그게 잘 안돼서 상담도 받고 했는데… 그게 잘 안돼."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을 분리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아는데, 그게 또 너무 속상하다.
나한테까지 얘기할 정도면 꽤 힘든 거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겹쳐 들고.
그래서 내내 눈치를 본다. 미안해서. 도움이 못된 게 초라하고 짜증 나서. 화가 나서.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정하는 거라고 했던가,
우리 집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그 경계를 누가 대신 좀 정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또 인정을 못하려나. 갑갑하다, 갑갑해.
03 콩나물 불고기
🖤재료
대패삼겹살(2-300g) , 콩나물350g(?) -> 대충 양 비슷해 보이면 괜찮, 양파, 파 조금(한주먹)
🖤양념장
고추장(2큰술) , 고춧가루(2) -> 매우면 1.5 , 설탕(2) , 맛술(2) , 진간장(2) , 다진마늘(2) , 참기름(1)
🖤콩나물-양파-파-고기-후추 조금-양념장 순으로 올려서 푹 익히기, 양념장은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간 보면서 계속 맞춰주기 끝!
콩불 유목민이었는데 드디어 짱 맛있는 레시피를 찾아냈다.
맛술은 비린내를 잡아주기 위해 넣는 거니까, 맛술이 없으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대신 소주가 있다면 소주를 넣도록 하자.
대패삼겹살은 저렴해서 대형마트에서 500g 정도의 양으로 한 팩 구매해두면 냉동실에 얼려두고 오래 먹을 수 있다.(가급적 빨리 먹는 게 좋다.)
하지만 해동이 어려우니까 주의하자! 위에서 우중충한 얘기 했으니까, 맛있는 한 끼 레시피 공유합니다.
04
'악'은 그 어떤 얼굴도 하지 않는다.
그저 찌질하고, 추악하고, 더러울 뿐이다.
어떤 매스컴이 그들을 희대의 악마, 살인마로 만들었나.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라. 꼴사납다.
05 주접
(불편하면 넘겨주세요)
보그 5월호 수록 인터뷰 중
… 팬들에게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가수는 늘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요."
문빈은 1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를 내려놓는 연습 중이다. "쉽지 않아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의 지배를 받곤 해요."
예를 들어 그는 컴백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좋은 장면도 있지만, 불운한 장면도 자세히 떠올린다. 그 일이 벌어지면 유연히 대처하고 싶어서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죠. 걱정이 도움 안 되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좋은 면만 떠올리려 하고, 그게 안 되면 아예 생각을 멈추려고 해요. " 문빈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호흡에 집중한다. "연기와 보컬에서 호흡이 중요한데, 마음을 가라앉힐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더 즉각적으로 도움 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 쉬는 동안 문빈은 단순하게 생활했다. "혼자 밥 먹고 자고, 운동만 반복했어요. 그러고 나니 확실히 좀 나아졌어요. 걱정이나 자책을 내려놓으니 얻는 게 있더라고요. …(생략)" 문빈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자주 썼다. 유튜브에서 조용한 음악을 찾아 틀고 노트를 펼쳤다. 본래 글쓰기를 즐기지만 이 기간에는 더 수월하게 펜이 움직였다. 그간 쌓인 노트수만 100권이다. …
나름 양심 챙겨보겠다고 트위터에는 못 올리고 혼자 주절주절 떠들기로 했다. 인프피인거 알았지만 얘 너무 끔찍하게 인프피임.
그래서 너무 속상함! 하하... 음. 인터뷰를 읽고 나서, 활중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판단이었다고. 물론 그 시기에 입덕한 나로서는 활중이 굉장히 괴로웠지만, 본인에겐 너무 필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허, 헛웃음이 나오네. 음. 오늘 친구랑 성수동에 가서 일러스트 작가님의 전시회를 보러 다녀왔는데, 거기 그런 그림이 있었다. 소년이 까아만 고양이를 끌어안고 의자에 편히 앉아있는데, 그 뒤로 거센 파도가 치고, 천둥번개와 벼락이 치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을 한참 들여다봤다.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는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내 책상 앞으로 계속해서 파도가 쳤다. 참 많은 벼락이 내렸고.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던 어떤 날들이었다. 나는 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나는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었고, 나머지 시간엔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다. 학교에 있는 게 힘들어지면 줄곧 도서관으로, 카페로 도망을 치곤 했다.
사족이 길어졌는데 그냥 문군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를 돌아봤고, 음, 내가 그의 삶을 모두 재단할 수없으니 감히 추측이겠지만 그도 그랬겠거니, 했다. 심리 치료해주시는 분들은 주로 명상을 권한다. 나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는 그나마 명상이 먹히는 듯하다. 운동을 자주 해서 그런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검열이 강한 타입이다. 매 인터뷰마다 번번이 느끼고 있다. 뭐, 무지에서 오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편인 것 같다. 그건.. 근데 다 두려워해야지. 문군에겐 다 알 수 없고, 다 잘할 수 없는데.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내 목표점을, 나에게 기대하는 어떤 터울을 낮추는 게 상당히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전제는 필연적으로 압박을 가져온다. 그래서 그 일을 내려놓았기에 걱정과 자책을 더는 게 가능했던 거다. 일을 다시 시작한 이상, 아마 문군은.. 계속 음. 스스로를 돌봐야 할 거다. 흑흑.
감정을 인정하는 일이, 감정을 컨트롤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제법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자신에게 진솔한 글은 때로 내 과거를 전부 바꿔버리기도 하니까! 그래도 100권은 좀 오바지. 저건 오타인 것 같다. 아마 10권 정도일 듯.
내가 무조건 사랑만 주고 싶어~ 이렇게 말하기가 참 뭐했다. 내가 나한테 해주지 못하고 있어서. 응. 나는 나한테도 사랑을 주지 못해서 감히 남한테 제대로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충분히 다듬고, 신중하게 주고 싶은데. 때때로 그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더라. 가끔은 그런 내가 싫어 자책도 하는 것 같다. 문군은 어떠려나?^^ 뭐.. 알아서 잘하겠지.
개인적으로 '생각을 멈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잘 알거든. 맞아, 걱정이 나한테 도움 하나도 안 되는 것도 알고, 생각을 멈추면 될 일이라는 거, 알거든. 근데 가끔 그게 잘 안 된단 말이야! 기대하고, 긴장할수록 더 안 된단 말이야. 휴. 나도 문군을 따라 호흡에 집중해야겠네...
문군은 생각을 멈추라는 말을 조언으로만 들었으면 좋겠다. 상처 받지 말고.
문군이 팬들한테 들었던 가장 인상 깊었던 말로 '가수 해줘서 고마워.'를 꼽았던가. 정말, 문군답구나.
이번 컴백이 자신 있다고 말하던 네 목소리가 재생된다. 그래그래, 다행이다.
06
코로..뭐 그걸로 나가질 못하니까 집에서 하는 게 덕질뿐이라 그런가...
윗글이 이번 글에서 제일 긴 글이라니까 부끄럽다. 아놔.
마지막 사진은 넣을까말까 고민했음...
아직 스캔본이 올라오지 않아서 사진 2개가 모자라는데 마지막 사진은 너무 순박하고 바보같이 나왔음...
07
바람이 울창하다.
해는 선선하고.
가로수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황홀함 그 자체.
신호를 기다리며 문득,
이런 풍경들을 볼 때
창문의 중요성을 느낀다...
창문 큰 데로 이사 가자.
08
언젠가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
사실 사진 보정법을 더 배우고 싶지만.
근래 벚꽃 사진을 찍으면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최대한 일상적이고, 고즈넉한 시골에 벚꽃을 담고 싶었다.
내가 살아온 곳이 그런 곳이니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할머니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 공터 의자,
넓은 논, 밭. 뭐 이런 것들.
담아내는게 쉽지 않더라. 찍을땐 괜찮은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다 별로였다.
그래서 배워보고 싶어졌다.
에휴,
속도 모르고 배우고 싶은게 자꾸 느네.
09
이번 글은 중반 정도까지는 임시저장을 해놓고 좀.. 숙성시켜뒀던 글이다.
글이 맛있어졌으면 해서라기 보단 겁이 나서 그랬다.
음. 괜한 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 않은... 이것도 아마 내 기준에서 생각해서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무튼 2번 조각에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아! 이것도 쓰고~ 이것도 쓰고~ 이것도 써야지! 하는데, 막상 쓰다 보면 까먹는다.
이전에는 생각날 때마다 기록을 해뒀었는데, 요즘에는 기록을 해두기로 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다.
그니까 그냥, 자꾸 까먹는다.
걱정도 많고, 화도 많은 요즘.
내 감정이 주변인들에게 괜히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강박이 또.
난 나고 , 넌 너야. 그게 다야.
🖤
반복되는 섹시컨셉에 질리신 모든 분들
아스트로가 5월 4일에 knock(널 찾아가)라는 파워 청량 컨셉으로 컴백합니다.
얼굴천재가 무려 초록머리 했어요... 함 들어주십쇼. (굽신굽신)
티스토리는. 바보임. 슬라이드쇼를 중간에 못넣는. 멍청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