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의 삶
어떤 이는 0과 1처럼 제 삶을 단정 지었다. 그 안에 무수한 소수점의 숫자가 있는 것은 망각한 채로. 잘하는 일을 좇고자 하는 열망은 그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잘하는 일만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이뤄내고 잘해서 주변인들에게 칭찬을 받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내 가치를 메겼다. 그때만큼은 나도 조금 괜찮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의 경우엔 추악하게 무너졌다. 실패가 두려워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무언갈 시작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했고, 시작한 후엔 절박하게 매달렸다. 실패한다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그날은 내내 우울했다. 나는 왜 이것도 못 하지, 하고 계속해서 나를 다그쳤다. 그래서 나는 죽지 못했다. 이것도 못 하고, 이것도 못 하고, 이것도 못 하..
2019.12.24